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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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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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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훈 목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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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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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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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자는 기쁨으로 거두리로다(시126:5)
아사모 고구마 심기 자원봉사를 마치면서 이 말씀과 함께 온갖 느낌이 내 몸과 마음에 퍼지고 있었다. 평생 책이나 읽고 가르치기만 하던 사람이 하루 종일 흙과 함께 뒹굴며 힘든 농사일을 체험했기 때문에 몸으로 느끼는 근육통은 물론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마음은 책이나 강의에서 얻을 수 없는 온갖 소망과 깨달음으로 채워졌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농사라도 하고 온 것 같지만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그곳에서 내가 한 일은 고구마를 심는 것이 아니었다. 손목 근육에 염증이 있었기 때문에 고구마를 심으면 흙을 눌러줄 때마다 통증이 심해져서 몇 개 심지도 못했다.
그래서 다른 도울 일이 없을까 둘러보니 어떤 남자 분들이 흙을 고르고 모아주고 있었다. 재미있어 보이고 쉬워 보이기도 해서 갈퀴를 잡고 도와주려 했더니 주위에서 그거 쉬워 보이지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했다. 속으로 나는 ‘쉬워 보이는데 뭐가 어렵다고 하는 걸까’ 의아해 하며 당당하게 한 고랑을 맡았다. 그런데 막상 두둑에 흙을 고르며 두둑을 다듬어 주려 하는데 아무리 해도 모양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비슷한 동작으로 시늉을 내보기도 했지만 도저히 고르게 만들지 못했다. 밭고르기에서 고르기가 빠지면 밭이 아니라 그냥 흙이 된다는 사실을 뼈져리게 느끼며 다른 일거리로 쫓겨나다시피 도망쳤다.
그 때 몇 달 전 그 먼 아프리카 남단의 말라위에서의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어느 저녁에 말라위 북서진 선교지의 밭을 아무도 모르게 홀로 돌아보며 눈물을 글썽이던 강장로님의 얼굴이 떠올랐다. 밭을 보시고는 농기구도 제대로 없는 땅을 사람들이 손으로 갈아 밭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셨다. 그 밭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니 눈물이 나온다고 하시던 그 말씀. 내가 직접 밭에 나와 일한 뒤로는 그분의 눈물의 의미는 나에게 차원이 다른 공감대로 열리게 되었다. 그 땅에 그렇게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려 하기 때문에 나는 여기 고구마 밭에 나와 있었다. 눈물을 흘리며 씨를 뿌리는 일은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아름다운 일이라는 것. 이 땅에서는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것.
고구마를 심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흙을 다룬다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심겨진 고구마를 다시 흙으로 살짝 덮어주는 일이 맡겨졌다. 얼핏 쉬운 일이지만 계속 쭈그리고 앉아 있으려니 허리와 무릎이 끊어질 듯 아파오기 시작했다. 한 이랑을 하는데 혼자서 하려니30분이 넘게 걸렸다. 그래서 결국 다시 꾀를 내기 시작했다. 옆에 있던 동료에게 협업을 하자고 제안했다. 내가 비닐을 뜯어 고구마를 살짝 꺼내면 그분이 흙을 덮는다. 그러니까 내가 한 일이라고는 고구마를 심거나 밭을 고르거나 비닐을 덮거나 하는 힘든 일이 아니라 고작 손가락으로 비닐을 살짝 뜯어 그 안에 심겨진 고구마를 꺼내 놓는 일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하루가 갔다. 그런 ‘손가락 노동’에도 2주일동안 몸살을 앓았다. 그렇게 나름 힘들게 고구마를 심어 놓으면 그냥 잘 자랄까? 그렇지도 않았다. 아무리 튼실한 고구마 모종을 심어도 하늘에서 비가 오지 않거나 온도가 맞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실제로 그 다음날 많은 비가 온 이후로 갑자기 추워지면서 고구마가 냉해를 입어 다 시들어 버렸다고 한다. 감사하게도 한 두주가 지난 뒤에 냉해를 입었던 고구마 중에서 대부분은 흙 속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그렇게 열심히 땀을 흘려가며 심어도 저절로 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왔다. 허무할만도 했다.
그러나 뒤집어 보니 결국 아무리 고구마를 열심히 심어도 날씨가 받쳐주지 않으면 아무런 열매를 거둘 수 없다는 사실에 하나님을 의지하는 겸손함과 기다림의 성품이 길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엔 내 믿음을 돌아보게 된다. 고통과 불확실성 속에 겸손하고 인내하는 믿음, 감사하고 낙심하지 않는 믿음으로 연단 받기 보다는 편안하고 쉽게 잊혀지는 ‘믿음의 느낌’안에만 머무르려 쫓아다니지 않았던가.
사람들은 힘들고 불확실한 일을 피하려 한다. 고구마를 심는 것은 확실히 힘들기도 하고 불확실하기까지 하다. 우리의 땀과 눈물이 그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나의 어수룩한 손가락 노동으로 제대로 심겨지지 않았을 수도 있고 변덕스러운 날씨 탓에 잠시 어려워질 수도 있고 실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수고가 헛되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이 땅과 아프리카에 있는 연약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고구마가 심겨졌고 하나님께서 그 선한 목적을 인정하신다면 얘기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건 내 노력에 대한 대가 성취감이나, 고구마 수확에 대한 금전적 보상 같은 것으로는 얻어 낼 수 없는 가치다. 다른 고구마 밭도 아니다. 아사모 고구마 밭에 가야 그분의 기쁨과 소망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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