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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위한 녹음봉사 15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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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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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싶어하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즐거운 마음으로 하고 있어요"
전북 전주시 효자동에 거주하는 노정례(59.여)씨는 30도를 웃도는 23일 오후에도 어김없이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을 찾아 책을 펼쳐 들었다.
잠시 목을 가다듬은 노씨는 곧바로 책 한줄 한줄을 낭랑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 봉사 활동을 벌인 지 벌써 15년.
노씨는 우연히 신문에서 녹음 봉사를 하는 한 자원 봉사자의 사연을 담은 기사를 읽고 순간 "이거다!"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114에 전화해 녹음 봉사할 수 있는 곳을 묻기도 하고 전주시에서 하는 자원 봉사자 교육을 받으며 맹인복지협회를 알게 되면서 처음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지금 녹음 봉사를 하고 있는 전북시각장애인도서관이 처음 개관했을 당시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도시락을 싸들고 도서관을 찾아 거의 하루 종일 책을 읽고 또 읽었다.
"그때는 자원 봉사자가 많지 않을 때라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일손이 부족했어요. 하루라도 빨리 책을 접하고 싶어하는 시각 장애인을 생각하니 잠시도 녹음을 멈출 수가 없었죠"
지금까지 노씨가 녹음한 책은 워낙 많아서 노씨 자신도 기억하기 힘들 정도. 도내 소식지에서 베스트셀러, 각종 전공 서적, 종교 서적 등 녹음하는 책의 분야도 다양하다.
그가 이렇게 꾸준히 봉사 활동을 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도 가족의 도움이 컸다.
"한번은 한의학을 공부하는 시각장애인이 굉장히 두꺼운 전공 책의 녹음을 부탁했어요. 내용도 어렵고 전부 한자로 쓰여 있어서 난감했죠. 옆에서 남편이 일일이 사전을 찾아 주지 않았다면 아마 녹음을 못 했을 거에요"
녹음 봉사가 어느새 일상이 되어 버린 노씨는 다른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기 쉬운 실수라도 조금이라도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반드시 녹음을 중단하고 몇 번이고 스스로 만족할 때까지 다시 녹음한다.
한 번 녹음을 시작하면 기본이 3∼4시간이고 10시간 넘게 녹음을 할 때도 부지기수여서 목이 아플 때도 있지만 노씨는 매일 밤 끓인 물에 소금을 섞어 코와 입 안을 헹구며 철저하게 자신의 목을 관리한다.
그는 일주일에 최소 2∼3번씩 도서관을 찾아 녹음을 하는 것 외에도 인근 어린이집을 찾아 동화 구연을 하거나 치매 어른을 위해 성경을 낭독해 주는 등 꾸준히 봉사를 하고 있다.
"봉사를 하며 작은 일에도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게 됐다"는 노씨는 "나이가 더 들어 눈이 어두워져 글씨를 못 읽게 될 때까지는 계속 봉사를 하고 싶다"며 맑은 목소리로 다시 책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hanaj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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