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제목 |
| |
소록도에서의 힐링캠프 |
|
| 작성자 |
| |
운영자 |
|
| 작성일 |
| |
2012/08/13 |
|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_^
소록도에 다녀온 지 오늘로 3일째다. 사실 3일이나 지났는데도 몸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나는 지난 월요일부터 목요일 까지 '행복병동' 이라는 곳에서 행복하게 자원 봉사를 했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마냥 행복하게만 한 것 같지는 않았다. 순간순간의 내적 갈등과 고통, 싸움 속의 3박 4일 이었다. 친구의 권유로 올 겨울 처음 소록도를 방문했었고 그 때 만든 추억을 간직한 채 7개월 만에 다시 밟은 소록도는...... 더웠다.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할 때는 에어컨이 잘 나와서 여름인지 모르고 지냈었는데 이 곳 날씨는 아침부터 더웠다.
겨울에는 난방이 잘되고 온수가 나오는 봉사회관에서 묵었는데 여름에는 냉방이 안 되고 냉수만 나오는 강당(?) 같은 곳으로 버스가 멈춰 섰다. 말을 좋게 해서 강당이지 누가 봐도 폐교 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게 도착해서 짐을 풀어놓고, 아침으로 김밥을 먹었다. 그리고 모두 모여 앉아 오리엔테이션을 했다. 어느 목사님께서 '감자 이야기' 를 하신 기억 밖에 나지 않는다. 목사님은 이곳에서 봉사를 하며 이야기 속의 감자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보라고 하셨다. 그리고 나는 "열심히 봉사하며 자아정체성을 깨닫는 3박 4일이 되자!" 는 다짐을 여러 번 되새겼다. 그리고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들어가기 앞서, 조 편성을 했다.
운이 좋게도 나는 겨울에 갔었던 '새마을' 이라는 곳으로 다시 배정받았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간 그리웠던 어르신들과 풍경들을 다시 만나게 됐기 때문이었다. 조 편성이 되고 이동을 하려하는데 무대 쪽에서 내 이름이 불렸다. 내가 갑자기 병동 조로 옮겨가게 되었다는 것 이었다. '병동..? 왜 나지?' 하는 생각으로 병동 조가 모여있는 곳으로 옮겨갔다. 조원들끼리 자기소개를 하고 인사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나는 쉽게 집중할 수가 없었다. 이곳에 같이 온 내 친구가 예전에 병동에서 봉사했던 일들을 말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게 기억이 나서였다.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심방을 하고,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잡일을 도와드리고 그 분들의 정이 담긴 귤, 사탕을 받는게 전부였던 겨울 봉사와 다른 새로운 일을 해야기에 기대, 설렘 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봉사 교육을 받고 초록색 '아사모 조끼'를 입고 행복병동에 처음 들어갔다. 여성 봉사자들은 주로 할머니들이 계신 곳을 담당했고, 남성 봉사자들은 할아버지들이 계신 곳을 담당했다. 처음 들어선 병동은 낯설기만 했다.
그 곳에 계신 어르신들도 아직은 낯설었다. 그런데 먼저 다가와 주신 건 그 분들 이었다. 그 분들에게 우리 같은 봉사자들은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초록색 조끼 입은 사람들', 즉 매번 찾아오는 아사모 봉사자들을 알고 계셨던지라 비록 내가 '서울에서 온 손 지훈 학생' 인지 모르시더라도 "봉사자!" 라고 부르시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내 신분과 이름까지 모두 '봉사자'로 탈바꿈 된 채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행복병동에서 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단순 노동 따위의 쉬운 일이었다. 식사시간이 되면 침대를 올리고 식탁을 세우고, 밥을 가져다 드리고 다 드시면 다시 갔다 놓는 일을 했다. 대부분 혼자서 식사를 하셨고, 혼자서 식사를 못하시는 분은 다른 어르신께서 직접 먹여주시기 까지 했다. 그 외에 휠체어에 태워드리기, 기저귀 갈기 등등 여러 가지 일들을 하면서 점차 적응해나가는 '봉사자' 로서의 내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남는 시간이면 각 어르신들이 계신 침대 앞으로 가서 거기에 붙어있는 '환자 카드' 를 꼼꼼히 체크했다. 나를 알기 전에 남을 먼저 알아야 겠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환자카드에는 친절하게 환자의 신상과 특징, 유의사항 같은 것들이 모두 적혀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모조리 외웠다. 그 분들을 대부분 파악하고 나니, 다가가기가 조금 더 쉬워졌다. "기저귀 갈아드릴까요?" , "할아버지 밥 드실 시간이세요"' 같은 공적이고 일방적인 질문이 아닌 사적인 대화를 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이 글을 쓰는 와중에도 그 분들이 기억난다. 마지막 집에 돌아가는 날에 저희 이제 간다고 말씀도 못드리고 가서 아쉽고 죄송한 마음이다. 고추장 없이는 밥을 못드시는 95세 최고령 김정용 할아버지. 행주의 물기를 항상 남겨서 가져 오라고 하셨던 정계현 할아버지. 전동 휠체어를 타고 댕기시는 멋쟁이 육문철 할아버지. 반좌 자세를 줄곧 유지하셨던 부처님 유재완 할아버지. 굳이 안 그러셔도 되는데 항상 존댓말로 대해주셨던 이선형 할아버지. 몸이 제일 불편하셔서 힘들어하셨던 강이만 할아버지. 식으로 식혜 드시는 걸 좋아하셨던 강소자 할아버지. 그 외의 행복병동에 계신 할머니들과 간호사 분들까지 빼놓지 않고 모두 기억이 난다. 어쩌다보니 내가 소록도에 와있고, 어쩌다보니 내가 행복병동에서 '봉사자'가 되어있었던 3박 4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더위와의 싸움, 산 속 벌레와의 싸움, 샤워실 극 냉수와의 싸움, 졸음과의 싸움을 치르고 난 뒤라 그런지 홀가분하기도 하다.
내가 있었던 행복병동은 명칭이 행복 '병동' 이지, 실제로는 행복 '마을' 같은 곳이었다. '내가 이 곳 에서 자원봉사를 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맨 첫날 목사님께서 말씀하셨던 '정체성 찾기' 는 무산 되었지만 '봉사자'로 서의 정체성을 찾고 집에 돌아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나는 지금에서야 새삼 '내 정체성' 이라는 걸 느끼게 된다. 행복병동의 그 분들, '봉사자' 로 살았던 내 모습을 그리워하다가 지금 너무나도 평범한 일상의 내 모습을 보니 이유 모를 감사함을 느낀다. 지난겨울에도 느꼈었지만 자원봉사의 신비함이다. 나는 또 다시 몇 달간 소록도를 그리워하며 다음 겨울 봉사활동을 기다릴 것만 같다.
손지훈학생의 글을 옮겨놓음
|
|
|
|
| 지훈이의 소록도에 대한 사랑이 곁에 있는것 처럼 느껴져 콧끝이 찡하다. 난 지훈이를 작년 겨울 처음 볼때 부터 잘~할거란걸 알았다. 지훈! 수고했다.그리고 겨울에 또 보자!^^ |
|
|
|
|
  |
|
| C | | | 번호 |
| |
제목 |
| |
작성자 |
| |
작성일 |
| |
조회 |
|
|
|
|
|
|
 |
|
|
오늘 : 18666 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