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에 온지 3일째가 지나간다. 춥고 눈내리는 서울에서 이렇게
1월에도 꽃이 필 정도로 따뜻한 소록도에 온 건 내게 크나큰 행운이었다.
소록도의 날씨만큼이나 어르신들의 모습도 너무나 따뜻하고 은혜롭기 그지없었다.
녹생리,신생리,새마을,구북리....소록도에 이렇게나 많은 마을이 있고 이렇게나
수많은 집들이 평화롭게 어우러진걸 처음 깨달았다. 결국은 소록도도 나의 마을이고
공동체이며 평화였고 은혜 그 자체였다. 다른 섬들과 다르지는 않지만 또 동시에
너무나 특별한 섬 소록도,, 난 이곳에서 생각했던것보다 너무나 넘치는 은혜를 받았다.
마을을 돌아다니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그분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었던
시간을 가진것은 정말 다행스럽고도 감사한 일이었다. 어르신들의 삶의 모습속에서
나는 인생이 얼마나 값지고도 그 자체로도 은혜스럽다는것을 처음 알았다. 병으로
고통받는 가운데에서 그분들은 그 앞에 무릎꿇지않고 오히려 승리하시는 모습으로서
너무나 많은 가르침을 보여주셨다. 또한 그것을 통하여 나는 나의 삶을 돌아보고 얼마나
나의 믿음과 삶의 방향이 뒤틀려있었는지를 보았다. 얼마나 내 스스로가 못나게 느껴졌던지
그분들 앞에 있는것이 죄송스러울 정도였다. 마을뿐 아니라 병동에서도 가르침은 계속되었다.
작고 연약한 몸으로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삶의 줄기를 붙잡으시는 모습은 내게 잊을수 없는
교훈이 되었다. 비록 큰 도움이 될수는 없었지만 나의 작고 소박한 도움에 한번의 식사를 하시고
기뻐하시는 모습은 오히려 내가 더 감사하게 했다. 사실 그동안 내가 한것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될것이다.
말주변이 없다는 피예로 좋은 대화 상대가 되어드리지도 못했고 이것저것 얻어먹기만 했다.
봉사한다는 명분으로 소록도에 왔지만 되려 내가 더 넘치게 받았다. 다음번엔 받은 만큼 다시 드려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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